근린공원 : 일상/이상조각

강릉: 복돌네 민박

공원관리자1 2024. 5. 9. 11:28

단조로운 일상, 화가 날게 아닌 곳에도 화가 나고.
이런 내가 변덕스러워 미워질 때.

무작정 여행을 결심했다. 

강릉으로!

숙소를 먼저 고르고 여행을 구성했다. 강릉역 인근에 근사한 신축 오피스텔도 비슷한 가격대를 한다고 아는 동생에게 들었지만
이 강아지 얼굴을 보자마자 저 멀리 강릉역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주문진 소돌해변으로 숙소를 잡아버리고 말았다.

복돌네 민박

체크인은 15일 3시였지만 난 이날 출근을 했다가 퇴근길에 강릉행을 택해서 11시쯤 체크인을 했다.

부랴부랴 퇴근을 하고선 7시 1분 차를 기다렸다. 배 안고픈데 그래도 먼 여정이니 햄버거세트를 하나 먹어주고선 기다렸다.

강릉행 기차는 강릉을 도착하기 이전까지 여러 곳에 정차하면서 직장인들을 실어 날랐다. 나도 부랴부랴 노트북으로 해야 하는 업무들을 기차 안에서 마무리지었다. 여행을 하면서 걱정되었던 게 여행 가서 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로부터 도망치듯 떠난 거였는데.

지독한 워커홀릭이 아닐까, 아니 사실은 일 말고서는 다른 걸 잘 못하는게지. 일이 생명줄인 것 마냥 놓지를 못하고.

5시 30분에 일이 끝나고선 아무리 부랴부랴 가도 6시 1분 차를 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강릉에서 바쁘게 움직이자 하고선 7시 1분 차를 탔는데, 열차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서 그분이 걱정되면서도 또 내 계획이 밀려버릴까 불안했던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9시에 도착하면 내가 주문진해변을 갈 수 있는 막차가 9시 20~30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지연된 열차를 타고선 부랴부랴 강릉역에 9시 10~15분쯤에 도착했다.

300번을 타고선 가야하는데, 아뿔싸 버스는 이미 지나가버려서 택시를 타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근데 몇 번 더 버스 루트를 검색해 보니까 강릉역에서 교2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가로질러가는 202-1번 버스가 마침 눈앞에 오지 않는가.

그래서 후다닥 버스를 타고선 300번 버스 따라잡기를 했다. 정말 다행이게도, 눈앞에서 300번 버스를 가로질러서 300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야밤의 강릉 국도는 뻥뻥 뚫려서 순식간에 소돌해변에 도착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뷰 너무 미친 거 아닌지.
무료 공포체험... 근데 나는 강릉에 왔다는 것 + 에어팟을 거쳐 귀에 때려 박히는 케이팝 + 이제 곧 눕는다는 즐거움에
이 길을 아주 대장부처럼 걸었다.

깜깜한 어둠이 내린 숙소에 도착하니까 고양이 한마리가 왔다. 애교를 잔뜩 부리고선 호로록 도망쳤다.

너 뭐해 이눔아

복돌네 민박은 뒷문이 있는데 이쪽을 통해서 가면 1분 이내로 소돌해변가로 나갈 수 있다.

편의점에 들러 맥주 4캔을 샀다. 이틀 치로 준비했는데, 술이 이렇게 안 받는 몸이 되었다니... 한 번에 2 맥 하는 게 힘들어졌고, 

연속 2일 맥주가 안되더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호박이가 까궁 하고 출근을 해있었다.

나에게 대형견은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며 보는 원거리 귀여움의 대상이었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대형견의 힘은 생각보다 셌고, 그/그녀(?)의 발은 투박했고 발톱은 생각보다 아팠다. 그리고 강아지 냄새가 났다.

이게 바로 꼬순내인가... 

눈치 보다가 대놓고 방에 들어와서;;;; 옆에서 잔뜩 팡팡 해줬다. 귀여운고

귀여운고... 저 눈망울이 너무 아련했다. 나중 가니까 음식을 달라는 표정 같았어..

그러고선 밖을 나와서 옥상에 올라가니까 회색냥이가 아주 애교를 부리고 난리가 났다. 온몸을 비비고, 나한테 부비고선 또 실외기에 부비고, 그러고선 또 나한테 오고. 궁디팡팡을 해주니까 기분이 좋다고 똥꼬쇼를 해줬다. 고마워 니 똥꼬를 내게 보여줘서.

기여버

용맹냥

미모냥! 

예쁘게 꽃이 피었다. 날씨가 둘째 날에는 좀 흐렸는데, 그래도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이렇게 평온하다니.

바닷가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소돌해변은 숙소로 머물기보다는 사람들이 잠시잠깐 방문하는 곳 같기도 했다.

주변에 아들바위공원도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 겸 걸어갔다 왔다. 나무데크가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시설등급을 D인가 받아서 폐쇄처리 됐다 ㅠㅠ 아쉽... 흐린 날씨임에도 멋있었다. 

다시 숙소에 아아 하나 사들고 돌아오니까 얘가 셀프 네일케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아이가 또 들어와서 내 발냄새를 맡았다. 좋은 거 많은데 왜.. 그걸..ㄱ

그러고선 방에 있던 장식함 문 열고 들어가심;;;;; 

잠시 외출을 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고 이른 밤에 이 친구 덕분에 일찍 잠을 청하게 됐다.

이 불 한편 차지하면서 핑크뱃살 보여주면서 그루밍릉도원 다녀오시는 중이었다. 입에 넣고 올라라랄 하고 싶었는데

돈땃쥐마이에어리아 하는 친구라서 적당히 엉디팡팡해주면서 같이 잤다.

요염해버려~

냥모나이트하고서 잠들었더라. 다음날 아침에 6~7시엔가 눈뜨니까 이미 세신 다 하시고 나 쳐다보면서 문 열어달라고 하고 있었다.

아침에 방문 여니까 치즈냥이 나가고 또다시 한번 내 방 순회공연해 주심. 좌고양

우호박... 눈빛이 '음식 내놔...' 이거였다.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숙소를 찍었다. 내가 삼 일간 묵었던 방. 데크에서 저녁으로 라면도 해 먹고. 옆에 호박이 집에는 고양이들이 무단점거해 있었다.

저 마당을 오가면서 호박이랑 터그놀이도 하고 공 던지기도 하고. 대문 왼쪽에 있는 게 공용주방이다. 봄~가을에 오면 좋은 숙소인 것 같다. 겨울엔 오고 가기에 너무 추울 거가텨.

안녕~

나 가볼게~

강아지랑 고양이랑 쉼 없이 같이 있을 수 있다. 조용한 동네라서 문 열어놓고 선 멍 때리고 있으면 소돌해변의 파도소리도 잔잔히 들려온다.

훌쩍 여행을 떠나오기 좋은 곳이다. 혼자 여행하니 고요하고 내 체력, 내 마음껏 움직이고 다녀서 좋았다.

여행을 다녀오니 스트레스도 조금 덜 받고, 받아도 수월하게 넘겨버릇하게 된 것 같다.

조금 더워지고선 수영복 들고 복돌이네 한번 더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