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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처받을 수 있는 것도 상담자의 자원이다.
어제 슈퍼비전을 받았는데, 슈바 선생님께서 이런말씀을 하셨다. 사실 후련함이 더 큰 일이었는데, 그 후련함 때문에 내가 받은 상처는 잘 못느꼈나보다. 문득 그 말을 들으니까 '아, 내가 상처를 받았구나' 싶으면서 "네,, 저 상처 받은 것 같아요!"라고 인정했다. 이틀 전까지 내담자에게 화도 나면서 어떻게 말해야할까 내가 화가나도 내담자에게는 중립적이어야겠지? 싶으면서 결국엔 내 감정을 처리하느라 이 사안에 대해서 깊이 머물지 않고 후다닥 넘어갔다. 교육분석에서도 다른 사건과 관련해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가 상처받은걸 후루룩 넘겨버리는 모습을 보고선 선생님께서 잘 할 줄 알았는데, 별로 안그러네? 라는 말씀을 하셨다.
상처에 반응하는 방식이 여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는 상처가 안난 척 불끈하고 화를 낼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잠시 아파하다가 반창고를 부치기도 한다. 나는 상처가 안 난 척 꽁꽁 숨기고 괜찮은 척을 한다. 안들키고 잘 살아왔는데, 내담자와 관계에서도 드러나고, 상담 선생님 앞에서도 드러나버렸다. 그러면서 뒤로 미뤄둔 것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왜일까 고민하기 시작한건 요근래 막 시작한 작업인데, 아직까지는 상처를 받았다고 인정하면 너무 취약해질까봐 그런거같기도 하고, 상처를 보듬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취약함을 인정하고, 상처에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또 다른 성장이 뒤따를 수 있다. 상처를 처리하고 작업하는 과정을 해봐야겠다고 슈바샘한테 말씀드렸다. 내가 조금은 더 내 상처에 관심을 가지려하는가보다.
2. 번아웃은 내가 가진 물리적인 에너지와 자신을 긍정하는 심리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p.211 [검은 감정]
3. 발전이란 사회적 성과를 내는 일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을 건강하게 잘 돌보는 일 역시 정서적 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때때로 나아가기를 멈추고, 지금의 자리에서 만족감을 찾아 누리는 시간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 시간이 하찮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런 사소한 시간을 통해 소진된 마음을 쓰다듬을 수 있습니다. p.193 [검은 감정]